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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항일영웅' 엄복동과 역사왜곡 영화의 한계선


개봉직전까지 사전 평점에서 최근 국뽕반일의 파고도 있어 호평일색이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엄복동 장물아비 전력' 파동으로 별점테러에 가까운 상황으로 폭망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

엄복동의 부풀어진 경력이야 알만한 전공자들과 관계자는 이미 알던 상황이고 장물아비가 '영화 엄복동'을 논함에 있어 본질도 아니니 그건 그것대로 제쳐두자.

그렇다 할지라도 영화에서처럼 엄복동이 무슨 의거라도 일으킨양 항일지사급으로 격상시켜 마켓팅을 벌이는 '애국팔이질'에는 심히 불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엄복동은 일제가 일선동화의 기치 아래 조선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선전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로서 키워진 인물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는 자전거를 잘 탔기에 선수가 된 것이지만 굳이 일본선수와 라이벌 대결을 위해 자신이 저항한 것이 아니라 대진표가 그렇게 짜여져서 조선에서 가장 흥행하기 좋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진 것 뿐임은 당시 신문자료와 후일 심층취재 기사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찌보면 스포츠의 파급력과 기층 민중에로의 영향력을 볼 때, 모 진영에서 다분히 전략적 의도로 공격받는 안익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친일파로서의 엄복동의 위치는 현격히 두드러져 보인다.

둘째, 엄복동이 과연 영화처럼 종로를 장악한 게다짝을 밟고 서는 태극기로 상징될만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갖고 있느냐이다. 비록 상습적 장물아비 및 도박중독 경력으로 옥고(?!)를 치르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했지만 해방 이전 그의 행적은 충실한 황국신민의 적자로서 흠잡을 것이 없다.

도리어 해방이후가 문제인데, 나이도 나이지만 이제 파산한 자신의 후원을 그나마 해주던 일제도 일인도 사라진 마당에 엄복동 자신의 방탕한 처신도 있으나 미군정과 이승만이라는 시대는 그를 결코 환영하지 않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해 범죄와 구걸의 길로 빠져들어가며, 이는 마치 만주국과 상하이 등지에서 승승장구하던 거류민들이 일본 내지로 귀환후 내지에서도 핍박받고 재산은 탕진되어 밑바닥을 전전하다 마약, 매춘, 자살의 길로 빠져드는 양태와 매우 유사한 경로를 보여준다.

셋째, 엄복동의 최후이다. 황국신민으로 태어나 영광을 맛본 엄복동은 미군정 남반도국에서는 강력범죄와 거렁뱅이의 길을 걷다 이승만 시기에는 전쟁을 맞아 피난도 못가는 마약 폐인상태로 야산을 떠돌다 오인한 미제국주의 공군의 폭격을 맞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외에도 엄복동의 반일저항 신화에 대해 논박할 거리들이 숱하지만, 위 세가지 사항만으로도 작금 영화판의 엄복동 띄우기 의도에 대한 반박은 충분하리라 사료된다.

흔히들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세간에서 일컬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날조가 아닌 최소한의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요 며칠 다시 불거진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우리가 인정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사실과 창작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핑계로 뭐든지 제멋대로 왜곡 뒤틀어서는 역사의 근간 자체가 무너짐을 비단 역사관계자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예술 관계자도 되새겨야 할 바로미터로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그나마 존재의의를 갖는다하면 지나친 폄하일까..





덧글

  • 2019/02/12 14: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2/12 20: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2/12 15:44 #

    박정희를 친일인명사전에 넣는 기준이면 일조시대를 살았던 사람 대부분이 친일이 되어 버리죠. 그래서 일조시대의 책임은 당시 질서를 주도했던 소수로 제한해야 합니다. 특히 고종, 순종 그리고 영친왕이 빠지면 안되죠.
  • 진보만세 2019/02/12 21:03 #

    왕조의 왕족이 조선패망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끝내 책임을 묻지 못했고 그 후예들은 셀프 면허라도 받은양 활개치고 있죠..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2/12 17:52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남 민중들의 삶만 놓고 본다면 미군정이나 이승만 시기보다 일조시대가 더 나았지 않습니까?
  • 3인칭관찰자 2019/02/12 20:36 #

    개봉 전부터 안 좋은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네요. 마이웨이, 군함도, 덕혜옹주 등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확률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진보만세 2019/02/12 20:59 #

    저들은 국민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사료든 뭐든 먹이라고 주면 알아서 침을 흘릴 줄 아나본데, '학습효과'라는 것은 전혀 고려치 않는듯 합니다.. 그야말로 누구말마따나 개돼지로 보는 것인지.. 흥행면에서 마이웨이급도 안되지 않을지..
  • 명탐정 호성 2019/02/17 12:38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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