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만세

jinvo.egloos.com

포토로그




세종의 성군 여부는 당대관점+현재가치로 판단해야


도발적 문제제기로 화제가 된 바 있는 이영훈의 저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시 이영훈의 금기를 깨는 제언을 담은 제목부터 불편할 겁니다.

'이 자가 감히 세종대왕님을 이렇게 깎아 내리다니.. 괘씸한..'

독후의 소감으로는, 당연히 이 책의 내용들은 사실(事實)이지만 사실(史實)이 되려면 역사학자의 해석이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가 됩니다. 현재가 요구하는 가치에 의해 과거는 해석되는 것이죠.

이영훈은 우리 국사학계에 만연한 민족주의, 민중주의 사관의 허위의식을 깨기 위해 선각자적 관점에서 이 책을 쓴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과연 현재의 필요 가치에 어느 정도 근접해 서술했는가를 감안하면 의중대로 대중들에게 어필이 성공했는지는 솔직히 미지수입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세종의 통치적 문제점은 비록 세종이 조선의 군주였기는 하지만 당시의 주권은 군주+양반이라는 이중적 구조하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다 보니, 이중적 구조를 상대적으로 도외시한 부분도 또한 책의 곳곳에서 간취됩니다.

애시당초 조선의 통치권은 세종의 독점이 아니라, 이씨조선을 창건한 양반계급과 분점되어 형성되었고 이후 말기로 갈수록 분점은 점점 강화되어 갑니다. 이러한 점은 조선 시대 고질적인 당쟁과 사화, 나아가 민란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세종은 그런 포지션에서 왕권강화를 위해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한글을 만들어 가장 먼저 발간하고 강조한 책이 바로 건국의 왕조들에 대한 찬양인 용비어천가, 그리고 유교가 아닌 불교의 경전과 문학작품들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반계급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세종은 자신의 왕권과 양반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왕위를 도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조선시대에 국가와 백성이란 지배계층의 소유물이었습니다. 따라서 노비가 사유화되고 신분이 세습되고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더 나은 삶들이 그 다음에 등장했느냐가 핵심입니다.

우리가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를 문명 파괴자나 약탈자, 집단 학살자만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그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분기점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종에 대한 평가도, 오늘날 우리의 윤리적 관점이 아니라 당대의 결단으로 인해 뒷날 사람들의 후생과 문명의 발전을 '얼마나 더 낫게 만들었느냐, 아니냐'로 봐야할 것입니다..





덧글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03 15:37 #

    세종은 이씨지배도적들 중에서 중국에 처녀를 가장 많이 바친 자죠.
    임진왜란 전후로 나타나는 높은 노비의 비율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영훈의 문제점은 세종에게 가했던 비판의 기준을 괴뢰반동학살자 이승만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미화한다는 점입니다.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03 20:51 #

    건국절 논란도 이영훈이 시작했다죠.
    괴뢰반동학살 국가의 건국을 뭐 기념할 게 있다고 건국절이라고...
    결국 반발하는 쪽이 건국100주년을 들고나왔는데 이것도 웃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드재인도 거기에 편승했다가 김정은을 만나고 나서는 슬그머니 내리더군요.
    김정은 세습도적은 무서웠던가 봅니다.
  • 진보만세 2019/03/04 15:24 #

    이영훈 교수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일견 숭배에 가까운 찬양 일변도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용적 시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 나인테일 2019/03/03 19:42 #

    뭐... 행정의 수준을 올리고 군사력도 잘 보존해서 국력도 축내지 않고 여러 전쟁 이겼고 거기에 부가적으로 잘한 것들 있고 했으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으로서 할 일은 다 한거죠. 딱히 그거 이상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 진보만세 2019/03/04 15:24 #

    현실 정치와 사회를 논함에 있어 작금의 한국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세종을 비롯한 조선의 인물군들인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러한 의론이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이란 측면에서 이영훈 씨의 발제는 나름대로 많은 의의를 갖는다고도 생각됩니다..
  • 피그말리온 2019/03/03 21:35 #

    뉴턴의 이론이 모든걸 설명해주지 않는다는게 증명되었지만 당시의 기준에서 뉴턴은 할 수 있는건 다 했으니 훌륭한 물리학자이듯이, 세종대왕도 그런 의미에서 성군이겠죠.
    물론 세종대왕이 현대에서도 성군이라는 일종의 무오류설 같은건 경계해야겠지만요. 아마 그 책도 그런 의미에서 쓴게 아닐까 싶네요.
  • 진보만세 2019/03/04 15:27 #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당대에 있어서 나름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 흑범 2019/05/01 00:54 #

    근데 세종성군론이 박정희 작품이라는게 참 오류ㅋㅋ
  • K I T V S 2019/03/03 23:24 #

    극국까던 극국뽕이던 지나치게 세종대왕 빨아서도 안되고... 진짜 악마새끼 대마왕이라고 까면 그거대로 피곤하고... 삶이 찌질하고 공허해질테니... 참 첩첩산중입니다.
  • 진보만세 2019/03/04 15:28 #

    금후 이와 관련한 토론과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중요하겠지요..
  • 흑범 2019/05/01 01:07 #

    정답은 박정희왕...

    이순신찬양은 구한말이 시작이지만세종찬양은 박정희 작품입니다. 그걸 안다면...
  • K I T V S 2019/05/01 01:26 #

    흑범 / 웃기잖아요 국뽕 원인이 박정희면 머리에 총구로 자살하라는 말로 밖에 안들려요.
  • 파파라치 2019/03/04 18:16 #

    바로 옆의 중국에서는 일찍이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신분제가 이완되어 가고, 급기야는 평민(이라고는 해도 글도 배웠고 말단이지만 관리도 지냈지만) 유방이 황제에 오르는 본보기가 있었음에도 조선에서는 근대 직전까지 엄격한 신분제가 지배한 점은 분명 후진적인 현상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그 잘난 중국에서 명대에 순장제도가 부활하는 등 역행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물론 이게 세종이라는 일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 때문이었겠지만요.
  • 진보만세 2019/03/04 20:49 #

    그러한 관점에서 학자들 중에는 조선시대까지 고대노예제이며 진정한 의미의 봉건제로 볼 수 없다고 정의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전혀 이웃국가들과 교류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전쟁이든지 무역이든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을 만한데도 이상하리만치 반도에서는 극단적 고립주의 양상이 이어지는 것은 분명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 사료됩니다..
  • K I T V S 2019/03/04 23:17 #

    그래서 아주 나쁜 말로는요, 누구는 "천년의 침묵" - 만주, 시베리아, 중원 세 벨트의 강력한 편자기마군단이 한반도를 하도 조여대서 어떻게든 살려고 한반도의 모든 것을 걸어잠그고 생산성 향산을 위해선 전문가들도 '좆문가'처럼 능력치 딸리는 바보가 되고 오직 착취와 괴로운 열정페이, 서로 감시하고 죽도록 패대는 암걸리는 경제-사회체제를 천년 동안 유지하다가 미국 덕택에 겨우겨우 거기서 깨어나고 있는 거라고도 부르죠.

    심지어 슬슬 사회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슬슬 우파의 우자만 꺼내고 기분나쁘게 쳐다보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는 걸...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불평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해야 하느니라'하고 비웃는 걸 어디서 본거 같아요. 겁나 기분 나쁘긴 한데, 전자는 답이 없지만 할 말은 없어요;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발 개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